그늘진 삶의 구석구석을 애정어린 시선과 정교한 필치로 형상화해온 소설가 이혜경의 단편집. <꽃그늘 아래> 이후 4년 만에 펴낸 세 번째 소설집이다. 2006년 제13회 이수문학상 수상작인 '피아간(彼我間)'을 비롯한 8편의 단편, 미발표 신작 단편 '섬'이 실렸다.

수록된 아홉 편의 소설들은 '틈새'의 또다른 이름인 일상의 경계와 '금', 거기서 비롯되는 폭력성과 소외성을 섬세하게 읽어낸다. 이주노동자, 전화선으로만 삶을 사는 네트워커, 소도시 가전제품 기사, 여행가이드, 대형마트의 보안요원 등이 각 이야기의 주인공들. 작가는 욕망으로 벌어진 현대인의 삶의 틈새를 따뜻하게 보듬는다.

표제작 '틈새'는 안온하고 평화로운 생활을 누리던 가전제품 애프터써비스 기사가, 자신의 삶에 생겨난 균열을 돌아보는 이야기다. '피아간'의 주인공 경은은 가족들에게 불임사실을 숨긴 채 거짓 임신을 꾸미고 지내다가 아버지의 죽음을 맞이한다.

물 한모금
그림자
섬
문밖에서
틈새
피아간(彼我間)
크레바스
망태할아버지 저기 오시네
늑대가 나타났다

해설 / 황도경
작가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