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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일식>으로 제120회 아쿠타가와 상을 수상한 작가, 히라노 게이치로의 두 번째 단편집. 2003년부터 2004년에 걸쳐 발표한 9개의 작품을 수록한 것으로, 현대라는 복잡한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들의 다양한 삶이 그려내는 여러 가지 형태의 파문의 어우러짐이 담겨 있다.

「최후의 변신」은 '히키코모리'라는 일본 특유의 병리적 사회현상을 다룬 작품이다. 지극히 정상적인, 오히려 엘리트에 가까운 성격의 한 평범한 회사원 남자가 갑작스러운 계기로 방 안에 틀어박히게 된 후 폐쇄적인 인터넷 공간에 써내려간 수기의 형식을 취한 이 작품에서는, 카프카 문학세계를 관통하는 ‘역할’이라는 주제를 21세기로 끌어와 사회현상에 적용시킨 작가의 성숙한 시선이 엿보인다. 작가는 소설 속의 상황을 ‘그’와 대비시켜 그가 자신의 ‘역할’을 변경할 수밖에 없었던 원인을 심리적, 사회적인 층위에서 심도 있게 접근해 나간다.

왕따를 당한 소년이 상대방을 살해하고 결국 그 보복으로 인해 또다시 왕따를 당한다는 내용의 「갇힌 소년」은 앞에서부터 읽어도 뒤에서부터 읽어도 같은 문장이 이어지는 데칼코마니 형식의 특이한 구조를 지녔다. 「빈사의 오후와 파도치는 물가의 어린 형제」는 각각 독립된 두 편의 단편이 마지막 문장을 통해 교묘하게 수렴하며 서로를 보완하는 독특한 구조의 작품이며, 이외에도 도시 일상의 에피소드를 담은 「볼거리」, 소년의 죽음이라는 같은 소재를 다섯 편의 이야기로 배열한 「les petites Passions」, 고골리를 연상시키는 인상적인 엽편(葉篇)「재채기」등의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