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여름 첫 소설집 <귀뚜라미가 온다>를 발표하며 날카로운 개성을 드러냈던 작가 백가흠의 두 번째 단편집이 출간됐다. 수록된 아홉 편의 소설은, 사건사고 파일을 펼쳐 보이듯 냉정하게 우리 시대의 불편한 현실을 그려낸다. 아이러니한 것은 그러한 작품들이 짙은 서정성을 담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소설집 <조대리의 트렁크>에는 일간지 사회면을 장식할 법한 인물과 사건들이 등장한다. '웰컴, 마미!'의 유아 유기와 영아 매매 사건, '매일 기다려'의 노숙자 노인과 가출 청소년 이야기, '웰컴, 베이비!'의 신생아 유기 사건 등이 그렇다. 이러한 비극의 근저에는 하나같이 '가족'이라는 단위를 구성하고자 하는 욕망과 그럼에도 실현되지 못한 욕망에 대한 비틀린 심리가 내재되어 있다.

해설을 맡은 문학평론가 차미령은, '백가흠은 그만의 방식으로 우리 삶의 심연을 고찰하는 동시에 그 삶의 윤리를 고집스럽게 추궁'한다고 말하며, '참혹한 현실을 향한 시선을 결국 우리 내면의 감각으로 되살려 내재화시키고자 하는 특유의 역설적 기법'에 주목한다.

장밋빛 발톱
웰컴, 베이비!
월컴, 마미!
매일 기다려
조대리의 트렁크
로망의 법칙
루시의 연인
사랑의 후방낙법
굿바이 투 로맨스

해설 / 차미령
작가의 말
수록작품 발표 지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