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차원의 첫 해외약탈문화재 실측 조사 보고서 발간
향후 약탈문화재 환수의 새로운 이정표 제시
이천오층석탑 환수 운동에 힘 더해져

약탈문화재 환수를 위해 애쓰고 있는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소장 황평우)는 󰡔이천오층석탑 환수를 위한 연구 조사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 보고서는 지난 2009년 8월 21일부터 24일까지 일본 도쿄에서 진행한 이천오층석탑의 미술사적 가치평가 및 보존상태, 탑의 실측(3D스캔) 도면을 정리한 것이다. 국내에서 최초로 일본으로 약탈된 석조문화재를 민간연구단이 주관하여 정밀실측과 보존상태를 조사하였다는데 의의가 있다. 특히 3D실측을 통해 정확한 탑의 재원을 파악할 수 있었다는데 가치가 남다르다.

최근 황평우 소장은 프랑스가 불법 약탈한 외규장각 도서의 반환을 위한 소송을 제기하여, 프랑스로부터 약탈을 인정받은 성과를 올린 바 있다. 그가 중심이 되어 단국대학교 사학과의 
박경식 교수와 한국문화재보존환경연구원의 한병일 박사가 공동연구원으로 조사에 참여하였다.
이 조사에서 박경식 교수는 이천오층석탑에 대한 학술적 가치를 조명해 주었다. 선행연구와 이번 실측조사를 바탕으로 이천오층석탑이 갖는 미술사적 가치와 환수 필요성에 대해 다시 한 번 일깨워 주었다. 한병일 박사는 3D 실측과 더불어 탑의 현재 상태를 진단해 주었다. 진단 결과 이천오층석탑은 전체적으로 오염과 변색이 심각한 상태였다. 기단부와 1층 탑신을 중심으로 표면 박리박락이 진행되고 있었고, 옥개석 낙수면에는 선태류와 지의류에 의한 생물학적 훼손도 진행 중이었다. 이천오층석탑이 서 있는 오쿠라슈코칸 후원은 배수시설이 없고 건물과 수목이 인접해 통풍이 원활하지 못하다. 우리의 문화재는 머나먼 이국 땅, 이처럼 열악한 환경 속에서 외로이 병마(病魔)와 싸우고 있는 것이다. 조속한 보존대책이 필요하고, 더 이상 훼손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민간단체와 정부가 합심하여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이 조사는 일본으로 약탈, 반출된 이천오층석탑을 다양한 각도에서 상세히 사진촬영하고, 3D 실측을 완료했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 우리의 민간연구진이 머나먼 타국으로 무거운 장비를 직접 들고 가 약탈된 문화재를 정밀실측한 최초의 사례라 더욱 뜻 깊다. 이 점은 추후 환수운동의 중요한 부분으로 작용할 것이다. 즉, 부재의 복원을 통해 오쿠라측에 복제품을 기증해주고, 오쿠라에 있는 석탑을 찾아올 수 있는 한 방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한국의 문화재 반환 운동에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할 것이다.

이 보고서는 일본으로 빼앗겨 간 이천오층석탑의 환수를 염원하는 이천시민의 의지를 담아서 기획, 제작되었다. 약탈문화재의 환수를 위해서는 약탈문화재에 대한 보다 정확한 이해가 바탕이 되어야만 한다. 이 보고서의 발간이 향후 약탈문화재 반환운동의 실질적인 토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는 앞으로도 외국에 방치되어 있는 한국문화재의 현지조사를 통해 약탈문화재 환수를 위한 길잡이를 제공할 계획이다.

일본 도쿄의 오쿠라슈코칸에 방치되어 있는 이천오층석탑은 지난 1996년 도쿄에서 발행된 〈월간 아리랑〉에 처음 소개되었다. 이후 2003년 이천문화원에서 간행하는 『설봉문화』30호에 「일제의 문화재 수탈과 이천지역」이라는 기사가 수록되면서 환수운동은 시작되었다. 체계적인 환수운동을 위해 2008년 4월과 8월에는 석탑 반환을 위한 시민토론회 및 세미나가 개최되었고, “이천오층석탑 되찾기 범시민운동 추진위원회”가 결성되었다. 2009년 3월 월전미술관에서 개최된 2009년 정기총회에서는 보다 명확하고 체계적인 환수운동을 펼치기 위해 현지 학술조사 및 실측조사의 필요성이 제기되었고, 조사단이 구성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