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은 기획특별전 ‘미국미술 300년, Art Across America’를 기획전시실에서 5일 개막한다. 오는 5월19일까지 열리는 이번 특별전에서는 18세기부터 20세기까지 미국의 주요 회화와 공예품, 가구 등 168점을 통해 미국 역사의 주요 흐름은 물론 미술 변천사, 미국인들의 일상 삶의 변화를 살펴볼 수 있다.

회화작품의 경우 18세기 초상화부터 20세기 현대 세계 미술계를 뒤흔든 작가들의 작품까지 대거 선보여 주목된다. 특히 1950년대 추상표현주의의 거장으로 불리는 잭슨 플록은 물론 1960년대 팝 아트를 이끈 앤디 워홀 등의 작품도 포함됐다.

전시회는 크게 6개 구획으로 나뉜다. 관람객을 처음 맞는 것은 17~18세기 미국 화단을 풍미한 초상화들이다. 독립군을 이끌던 캐드왈라더 장군 가족을 그린 찰스 윌슨 필의 ‘캐드왈라더 가족’(1772년)이 대표적이다. 독립한 미국이 서부로 영토확장에 나선 시대는 당시 유행한 풍경화를 통해 살펴볼 수 있다. 이른바 ‘허드슨강 화파’의 화가들은 눈부신 빛과 포근한 대기를 화폭에 담아내며 신의 축복이 미국인들을 보살피고 있음을 표현했다.

하지만 서부개척시대는 아메리카 원주민에겐 삶의 터전을 잃는 시기이다. 실제 토머스 콜의 ‘인물이 있는 풍경-모히칸족의 최후의 한 장면’은 당시 비극을 잘 보여준다. 소설 <모히칸족의 최후>의 절정 부분을 그린 이 작품은 말라버린 나무, 출렁이는 시냇물, 음울한 하늘을 배경으로 죽어가는 원주민을 그렸다.

19세기 중후반 미국 화단은 초상화와 풍경화의 요소를 결합한 풍속화가 인기를 끈다. 남녀 간 연애부터 축제의 장면 등 소재는 다양했으며, 화가들은 그 속에서 정치·사회적 입장을 드러내거나 도덕적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윈슬로 호머의 ‘건전한 만남’은 한 여성이 농장 일꾼에게 술보다 우유나 물을 마시는 게 낫다고 말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대호황을 누리며 미국인들은 세계를 향해 눈을 돌린다. 많은 화가들이 유럽에서 활동했고, 인상주의 작품들이 등장한다. 여성화가 없던 시절 파리로 이주하기도 한 메리 카사트의 ‘조는 아이를 씻기는 어머니’가 대표적이다.

추상과 입체주의 방식을 수용, 미국적 주제들을 다룬 근대를 거친 미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충격적 혁신을 통해 세계 미술의 거점이 된다. 잭슨 플록 같은 작가들은 물감을 캔버스 위에 쏟아붓거나 뿌리는 등 ‘액션 페인팅’을 통해 화화라는 매체 혁신에 나섰다. 로버트 라우센버그, 재스퍼 존스는 팝아트나 미니멀리즘의 기반을 마련했다. 잭슨 플록의 ‘넘버 22’, 앤디 워홀의 ‘재키(네개의 재키)’ 등이 관람객을 맞는다.

전시장에는 회화뿐 아니라 18세기 가구 등은 물론 20세기 미국 디자이너들의 각종 공예품도 전시되고 있다. 김영나 중앙박물관장은 “한·미 간 교환전시의 하나로 미국 주요 미술관들의 소장품이 대거 한국을 찾았다”며 “2014년에는 중앙박물관 소장품을 중심으로 한 ‘조선미술대전’이 필라델피아·휴스턴·로스앤젤레스카운티 미술관 등에서 순회전을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