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위주의 일방적인 연구에서 탈피하여 보다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불교사를 연구하기 시작한 분이 안계현(安啓賢, 1927-1981) 선생이다. 그는 불교사학자 가운데 유일하게 내외 학계로부터 존경받았던 분이다. 탁월한 연구업적을 남겼기 때문이었다.
그의 연구서로는 3권의 책이 있다. 최초의 책은 박사논문인 『신라정토사상사연구』(1976, 아세아문화사. 1987, 현음사 재간)이고, 두 번째 책은 이미 발표된 글을 묶어 만든 『한국불교사연구』(1982, 동화출판공사)이고, 세 번째 책은 본 연재 글의 제목인 『한국불교사상사연구』(1983, 동국대 출판부)이다.

이 세 권의 저서 가운데 그의 학문적 업적이나 성격을 대표하는 것은 아무래도 뒤의 두 책일 것이다. 두 책 모두 그가 작고(1981)한 뒤에 지인(知人)이나 제자, 가족들의 노력에 의하여 출판된 책이다. 따라서 책의 성격상 엄격히 따지면 유저(遺著)라고 해야할 것이다. 그중 『한국불교사연구』는 주로 『한국사』(국사편찬위원회), 『한국문화사대계』(고대 민족문화연구소), 『인물한국사』(박문사) 등에 실린 불교사 관계의 개설적인 글들을 모은 것이고, 『한국불교사상사연구』는 「고구려불교의 전개」, 「신라대중불교의 제문제」, 「고려시대의 불교의식」, 「조선전기의 승군」 등 주로 사상사와 관련된 학술적인 논문들을 묶은 책이다.

안계현 선생의 불교사 연구방법은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매우 객관적이고도 합리적으로 연구한다는 것이다. 또한 그의 연구방법은 종래의 연구나 학설에 대해서도 항상 문제의식을 갖고 재검토하고 있으며, 늘 일반사에 대한 고찰을 빼놓지 않고 있다는 점도 불교사 이해에 많은 도움을 준다.
그는 어떤 주제를 연구하더라도 사전에 폭넓게 자료를 수집하고 철저히 검토하여 일자(一字) 일구(一句)라도 소홀하게 다루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의 글을 읽으면 독자들은 그 시대 불교사는 물론 동시대에 일반사는 어떻게 전개되었는가? 불교와 일반 사회와의 관계는 어떠했는지? 다각적 입체적으로 고찰할 수 있게 한다.

또 그는 불교학과 사학을 겸비하였기 때문에 한국불교사 및 사상사 연구에 남다른 안목을 갖고 있었고 논리전개에 있어서 합리적이었다. 기존의 일방통행식 불교사 연구 방법과는 사뭇 다른 입장이었다. 폭넓게 불교사를 보는 안목으로 인하여 일찍(60년대)부터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국사편찬위원회에서 간행한 『한국사』 등 통사서에 불교관계 글을 많이 썼던 것도 객관성과 합리성에 기인한다. 이런 이유 때문에 그의 책상 앞에는 항상 연구테마와 원고청탁서가 줄을 이었다. 이것이 그가 남다른 학문적 업적을 남기게 된 가장 큰 이유인 동시에 그의 연구성과를 정설처럼 받아들이고 있는 또 다른 이유일 것이다.

한편 그의 논문을 읽어보면 그는 항상 자신이 불교사를 연구하고 있다는 점에 대하여 강한 자부심과 긍지를 갖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불교사 연구에 관한 한 대단한 정열과 집념을 갖고 있었다.
안계현 선생은 1927년 서울에서 출생했다. 동국대 사학과와 동(同)대학원 불교학과를 졸업한 뒤 1959년부터 동대 사학과 교수로 있으면서 1981년 9월 7일 55세로 작고할 때까지 불교사 및 사상사 관계로 약 50여 편의 글을 발표했다.

평소 건강이 좋지 못했지만 그의 타계는 갑작스러운 일이었다. ‘좀더 살았더라면 불교사학이 많이 발전했을 텐데’하고 많은 사람들은 아쉬워했다. 서울대에서 「고려시대 국가 불교의례 연구」로 박사학위(1999)를 받은 안지원씨가 맏딸이다. 부전여전(父傳女傳)이다. 신국판 양장, 1983, 동국대 출판부.
윤창화 〈민족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