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받는 프랑스 작가 뤽 랑의 장편소설. 평범한 한 요리사가 섬뜩한 인간으로 드러나는 과정을 더없이 우스꽝스럽고 에로틱하게 그려 고등학생들의 난상토론으로 결정되는 즐거운 상인 '고등학생들이 뽑은 공쿠르상'을 받았다.

책의 원제는 '천육백 개의 배'. 주인공 블레인씨는 교도소 요리사다. 죄수 천육백 명의 배의 생사여탈권을 쥔 그의 유일한 즐거움은 질나쁜 음식으로 그들의 창자를 마구 공격해 화장실을 들락거리게 하는 것. 그런데 어느날 죄수들이 폭동을 일으키며 경찰과 대치하게 된다. 문제는 지금부터. 죄수들이 블레인씨를 겨냥해 '고문하는 요리사'라는 플래카드를 내건 것이다.

주위 사람들의 눈총을 받게 된 블레인씨는 이제 갖은 수단을 동원해 '음모'와 맞선다. 그 과정에서 블레인씨의 독백을 통해 그의 추악한 과거들이 낱낱이 드러난다. 블레인씨를 불쌍한 노인이라 동정했을 독자들이 뒤통수를 맞은듯 놀라게 되는 것도 이 대목부터. 브레이크 고장난 자동차처럼 거짓말과 허영의 세계로 굴러 떨어져가는 과정은 우습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다.

또한 식욕 못지 않게 흘러 넘치는 그의 성욕이 자세한 묘사와 함께 책장을 장식하기 시작한다. 환갑의 나이에도 지나치게 여자들을 탐하는 주인공은 '성욕'과 '식욕'이라는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두가지 본능의 노예로 사는 것 같은 날선 인물이다.

그가 극진한 셰익스피어 애호가라는 사실은 허영과 겉치레에 집착하는 대다수의 '문화인'들에 대한 풍자로도 들리고, 인생의 모든 것을 연극무대에서의 공연같은 그럴싸한 위조로 여기는 위선자들에 대한 비꼼으로도 들린다. 작가는 1990년 4월 영국의 어느 교도소에서 일어난 폭동 사건에서 힌트를 얻어 이 소설을 구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