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들라포스 장편소설『피의 고리』. 다큐멘터리 제작자이자 저널리스트로 활동했던 제롬 들라포스의 첫 소설로, 그동안 수집한 자료와 경험을 토대로 사실과 허구를 절묘하게 녹여낸 스릴러이다. 차가운 북극에서 검은 아프리카를 거쳐 진실의 땅 이집트에 이르기까지, 잃어버린 시간을 찾기 위한 추적이 시공간을 넘나들며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빙하가 떠도는 노르웨이의 어느 병원, 심해 탐사 도중 사고를 당해 혼수상태에 빠졌던 한 남자가 사고 이전의 기억이 없어진 채 깨어난다. 여권과 파리의 아파트에 남겨진 한 장의 팩스를 제외하곤 그의 존재를 증명해줄 것은 아무것도 없다. 남자에게 주어진 열쇠는 오직 하나, 17세기의 필사본. 그는 잃어버린 시간을 밝히기 위해 과거를 거슬러 올라가는데….
이 소설은 실제 역사적 사건과 진실을 이야기 속에 풀어내며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무너뜨린다. 르완다의 종족 분쟁, 17세기 프랑스에서 일어난 의문의 시체훼손사건, 1차 세계대전 당시 유럽을 휩쓸던 바이러스, 오랜 기독교 박해, 냉전 이후 공공연한 비밀 프로젝트로 진행된 세균전 등의 사실들을 엮어 이야기로 창조해낸 작가의 저력이 돋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