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600년 수도로서 찬란한 전통문화와 현대도시의 면모를 갖춘 거대도시이며, 앞으로도 민족문화의 중심지로서 발전해 나갈 것이다. 21세기를 열어가는 이때에 우리와 우리의 후손들이 살아갈 삶의 터전인 서울의 자연과 전통문화에 대해 더욱 관심을 가지고 이를 보존하고 계승,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이러한 뜻에서 우리 서울시에서는 「내고향 서울」 시리즈 발간을 계획하여 지난해에는 「서울의 산」을 발간한 데 이어 제2권 「서울의 고개」를 선보이게 되었다. 서울은 북한산을 진산으로 하고 북악ㆍ남산ㆍ인왕산ㆍ낙산 등 크고 작은 많은 산들로 둘러싸여 있으며, 이들 산에서 산줄기를 뻗어내리는 지형의 특성상 230여 개의 많은 고개가 있다.
이러한 고개들은 아득한 옛날부터 시민의 교통로로서, 물자유통의 통로로서, 방어처로서 또는 민속신앙의 발상처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여 왔다. 또한 고개마다 갖가지 전설들이 전하여 오고 있으며, 이야기 속에는 우리 조상들의 애환과 삶의 숨결이 배어 있다. 이러한 고개들은 세월이 흐르면서 많이 변모되었다. 그나마 고개의 면모를 가지고 있는 것은 무악재ㆍ남태령ㆍ미아리고개ㆍ망우리고개 등 몇몇 큰 고개들뿐이며, 대부분은 1960년대 이후 도로가 확장되고 아스팔트가 깔리면서 깎여져서 고개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는 곳이 많다
고개의 흔적은 많이 없어졌지만, 그 이름들은 지금도 동네이름으로, 지하철역 이름으로 남아 있어 우리에게 친숙한 느낌을 준다. 고개이름이 동명으로 남아 있는 것은 인현동(仁峴洞), 송현동(松峴洞), 아현동(阿峴洞), 만리동(萬里洞), 무악동(毋岳洞), 망우동(忘憂洞) 등이 있으며, 지하철역 이름으로는 3호선에 무악재역이, 4호선의 남태령역ㆍ당고개역이 있으며, 5호선의 애오개역, 6호선의 버티고개역, 7호선의 장승배기역이 있다.
예전 인적이 뜸하고 수목이 울창한 험한 고갯길에는 호랑이ㆍ여우와 도적떼가 출몰하여 길손들에게 공포의 대상이 되었다. 80여 년 전만 하더라도 무악재에는 호랑이가 나타나 길손들을 괴롭혔으며, 호환(虎患)을 막기 위하여 군인들이 길손들을 모아 호송하였다 한다. 그 때문에 고개에는 서낭당이 많았다. 험한 고개를 무사히 넘게 해달라는 길손들의 기원이 담겨 서낭당이 생겨났으며, 또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는 주막이 있기 마련이었다. 현재 남아 전하는 서울 시내 고개이름 가운데 서낭당이고개, 서낭당고개, 사당이고개, 도당재 등으로 불리는 곳이 12곳이다.
이와 같은 고개에는 많은 전설들이 전하여 오고 있다. 호랑이ㆍ여우 등 동물에 얽힌 이야기, 풍수지리에 관련된 이야기, 고관ㆍ위인들에 얽힌 전설 등 전해오는 이야기들은 곧 우리 선조들의 애환과 삶의 숨결이 배어 있는 것들이다. 이 책에서 각 구(區)별로 고개이름의 유래, 고개의 연혁, 전설, 문화유적 등을 살펴보기로 한다. 아무쪼록 이 책을 통하여 서울이 도시화되는 과정에서 잊혀지거나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해 더 애착을 가지게 되고 '나의 서울, 우리의 서울'을 다져 나가는데 보탬이 되기를 기대한다.

* 총서사항 : (내고향 서울 ;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