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데스 인디오들의 소박한 생활이나 입양아들의 '행복한' 모습을 담은 사진집을 꾸준히 출간해온 다큐멘터리 사진 작가 윤주영이 '장날'을 주제로 엮은 사진집. 윤주영은 자연이나 사물보다는 주로 사람 사는 이야기를 포착하는 데 능하다.

이 책에서도 시골 장터 사람들의 얼굴을 통해 그리 오래되지 않은 우리들 옛 삶의 정취를 보여주고, 오늘날을 살아가는 건강한 삶의 체취를 담아내었다. 첫장을 열면, 입김이 호호 나올 것 같은 겨울날 짐을 이고 지고 새벽길을 나선 아주머니들의 모습을 만나게 된다(책표지에도 이 사진이 있다). 눈보라를 뚫고 경운기에 몸을 실은 부부, 조심스레 버스에서 내리는 할머니, 힘겹게 손수레를 끄는 아저씨... 이들은 모두 장에 가는 길이다.

한참 분주하게 흥정을 하고, 물건을 건네거나 받고, 국수 한 그릇으로 허기를 달래기도 하는 등, 장터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모습들을 만날 수 있다. 옹기종기 둘러 앉아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를 기다리는 분들의 흐뭇한 표정이 정겹다. 모두 100여 장의 흑백 사진들.